추억/DELFT Story
Delft에서의 159일 - 학생들의 생활
_유수_
2012. 2. 3. 04:58
델프트공과대학 도서관
학생들의 생활
in Delft
처음에는 네덜란드 학생들에 대해 오해했었습니다. 얘네는 도대체 뭘 믿고 매일 운동하고, 예술활동을 즐기고 밤마다 파티며 클럽에 가는 걸까? 공부는 대체 언제하지? 시험기간이 되어도 저녁시간 이후면 외국학생만 남아 공부하는 도서관을 보며 이러한 의문은 더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칭찬했던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네덜란드 학생들이었습니다.
한 학기동안 느낀 그들은 성실합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직장인들처럼, 학생들은 그 시간동안에는 하루동안의 공부를 복습하고 숙제를 하는 등 공부에 시간을 썼습니다. 그 덕분인지 저녁시간 이후는 전적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합니다. 심지어 저와 같은 수업에서 조를 이루었던 해양공학과 석사 친구는 네덜란드 여자 하키 대표선수였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생활은 직장생활에서도 이어진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 유학생 선배의 말에 따르면, 아침 일찍 출근해서 그날의 일을 최대한 빠르게 집중해서 끝낸 다음에는 오후 5-6시쯤 퇴근한다고 합니다. 퇴근 후엔 가족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구요.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겠습니다. 학교가 신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바르게 살고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 유럽의 대학교 생활은 그 소문 답게, 학생을 믿고 자유롭게 놓아주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습니다. 먼저, 당연히도 출석체크는 없습니다. 큰 강의의 경우 고화질로 동영상을 찍어 그날 그날 인터넷에 올려주는 시스템이 있었고(화질 음질이 너무 좋고, 교수님과 학생의 질답까지도 녹화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부할 때 교재보다 더 도움이 되는건 교수님의 부가설명! 하지만 이걸 믿고 수업을 안가는 부작용도 컸습니다.), 교수님 재량에 따라 시험을 안치고 퀴즈 세 번의 점수를 합산하여 학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험에 관해 좀 특이했던 것은 시험이 있기 일주일을 공식적으로 비워 공부 기간을 둔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업도 시험도 없는 그 일주일동안 그동안의 공부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수업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포스팅 해야겠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프레젠테이션 또는 수업을 들을 때, 잘 듣고 있다는 표시로 질문을 해야합니다.
발표자에 대한 예의라고 하네요. 그들은 질문을 통해 의문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연결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발표자 또한, 질문을 환영한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그들은 발표가 끝난 후의 질의응답시간이 아니라 발표 중간에 끼어들어 질문해 주기를 바랬습니다. 의문을 안고 듣기 보다는, 질문을 통해 제대로 이해한 후 발표를 들어주기 원했습니다.
경제학개론 수업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수업 중 질문'이었습니다. 교수님의 훌륭한 수업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던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 PPT는 언제나 현재 경제상황과 관련 통계들이 있어서, 졸새없이 흥미진진이었습니다. 이 많은 질문들을 교수님은 하나하나 답변 해 주었습니다. 귀찮을법도 했고(너무 많아서) 때론 수업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기도 한 엉뚱한 질문들이었지만, 어찌나 질문 답변과 수업내용을 잘 연결시키는지 그 '능력'에 저와 친구들은 감탄했습니다. 또다른 수업에서는 아예 수업진도는 뒷전이고 질문에 대해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숙제마저도 자율이라 놀랐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경제학개론에서는 의료 복지에 관한 생각을 경제학에 입각해 서술해 보는 것이 숙제였는데요. 점수에 들어가지 않고, 다만 자기 체크용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숙제. 과연 누가 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제출한 모양이었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수업과는 달리 시험은 어렵고 점수는 냉혹합니다. 상대평가의 경우 ABC의 비율이 정해져 있는 반면 그만큼 교수님들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십니다. 반면 절대평가는 자비란 없습니다. TU DELFT는 10점 만점에 6점 이상 통과되는 제도로, 그 이하는 가차없이 재시험입니다. 우리나라 F와도 같은 점수인데, 과연 카이스트에서 수업을 중도포기 안하고 시험 다 치고도 F를 받는 비율이 몇이나 될까요? 하지만 여긴 무시무시합니다. <10점-A+, 9점-A, 8점-B, 7점-C, 6점-D> 이렇게 제 스스로는 환산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10점은 과목 당 한 명이 있을까 말까이고, 9점도 가뭄에 콩나듯입니다. 제가 들은 수업(106명 수강)을 기준으로, 76명(72%)의 학생들이 6점 이상으로 수업을 통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 9점이상은 단 15명(14%)뿐이었습니다. (평균 6.7점)
가혹한 점수과 평가, 하지만 재도전자에게는 관용을 베풉니다. 재시험 결정이 내려지면 그 다음학기의 시험기간에 재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혼자 다시 공부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대신 재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마지막 점수를 성적표에 남길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제도와 비교해 본다면 (2008학번 기준), 재학 중 3번 재수강을 할 수 있으며 최고 학점은 B+를 넘을 수 없습니다. 이는 절대평가와 상대적 절대평가(애매한 이 단어, 교수님 재량으로 성적을 주는 카이스트 제도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입니다.)의 차이로 보입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수업이 끝난 후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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