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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 전차가 다니는 철로지만 풀이 나있다. 푸른 느낌이 좋았다.
지난 8월 말, 네덜란드에 왔습니다. 벌써 두 달이나 지났네요.
네덜란드 헤이그와 로테르담 중간, Delft 라는 조그마한 도시의 큰 공과대학 TU DELFT 에서 Engineering and Policy Analysis 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학은 아니고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동안 와 있습니다.
제 시대에는 외국여행은 이미 대중화가 되어버린지라, 교환학생 또한 별다른 기대감과 두려움 없이 네덜란드에 왔습니다. 그래도 미리미리 이것저것 네덜란드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왔어야 했는데... 제 머릿속에는 '튤립'과 '마약'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델프트 주민인 최모군으로부터 빌렸습니다. 그 분의 책꽂이에 욕심나는 책이 많이 있어서, 여기 있는 동안에 단 몇권이라도 읽고 가고 싶네요.
먼저 재밌는 점은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자가 네덜란드에 대해 썼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랑스 유학 생활 중 프랑스에 있는 네덜란드 문화원에서 더치를 배웠다고 한다.
주경철
- 최근작 : <근대 유럽의 형성>,<세상을 보는 눈 : 기본>,<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 총 26종 (모두보기)
- 소개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및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대항해시대』, 『문명과 바다』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역사와 영화』,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외에 다수가 있다.
(알라딘에서 데려옴)
사실 나는 책의 목차는 잘 안보고, 바로 내용으로 들어간 다음에 마지막에 목차로 내용을 정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도중에 숲을 보지를 못하기 일쑤이다.(고쳐야할 버릇)
하지만 이 책은 특히나, 목차를 찬찬히 읽으면 책의 내용을 반 쯤 알 수 있을정도로 목차의 제목이 좋다.
아직 책을 읽기 전이라면, 아래의 목차를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제1부 네덜란드, 네덜란드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튤립이 피는 땅 - 화란? 홀란드? 네덜란드!
작은 것이 아름답다 - 네더란드의 지리와 기후
신은 세상을 만들고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 낮은 땅, 높은 물
세상에서 가장 따라하기 힘든 발음 -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능통한 외국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네덜란드인들의 이름
그대는 아는가, 오렌지 꽃피는 저 남쪽 나라를 - 자유 수호의 상징이 된 왕실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의 정치, 그리고 군대 - 합의를 통한 정치와 평화를 위한 군대
거위는 깃털이 있는 한 계속 털을 뽑힌다 - 그늘의 역사, 식민지
돈에는 국적이 없다 - 합리적인 상인정신과 세계화의 첨병
여자 친구 만나기 전에 일부터 해라 - 노동, 그리고 삶의 여유
번 돈 1길더보다 아낀 돈 1센트가 더 낫다 - 철저한 자린고비 정신
내 삶의 기둥과 타인의 기둥들 - 약자를 위한 합의와 관용
나는 항의한다, 고로 존재한다 - 항의와 불평의 문화
쇼윈도 같은 집 - 언제나 편안하고 안락한 집
살아보고 결혼합시다 - 결혼과 동거, 여성과 아동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고통 - 존엄하게 죽을 권리, 안락사
죄와 벌 - 너무나 많은 좀도둑, 너무나 인간적인 교도소
섹스와 마약의 자유, 자기가 책임질 수만 있다면 - 금기가 없는 사회
평화가 있는 곳에 신神이 있다 - 네덜란드의 종교
스포츠 왕국 - 스포츠가 있어 행복한 사람들
즐길 때는 확실히 즐긴다 - 오렌지색 물결의 축제와 기념일
네덜란드의 청어 먹는 법 - 몸에 좋고 든든한 음식 문화
꽃 속에 네덜란드의 자부심이 있다 - 세계 최대 꽃 수출국
"코레아의 동해안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 네덜란드와 한국
제1부를 마치며
제2부 네덜란드의 역사
제1장 네덜란드 땅, 그 최초의 시간으로부터 - 선사 시대에서 로마 시대까지
제2장 혼란 속의 질서 - 중세 시대 유럽의 형성
제3장 포연 속에 피어난 꽃, 네덜란드 - 종교개혁, 독립전쟁, 국가탄생
제4장 황금의 시대 - 대서양 시대, 튤립 광기, 렘브란트
제5장 전쟁의 시대 - 전쟁, 그리고 때이른 황혼
제6장 세계를 무대로 한 네덜란드의 모험 - 제국주의, 식민지, 동인도회사
제7장 근대를 향한 도전과 응전 - 혁명·위기·새로운 도약
제8장 평화와 풍요의 실험들 - 대격변의 20세기
서론이 길었네요.
본록으로 돌아가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를만큼 재미있는 네덜란드 역사/문화서입니다.
1. 네덜란드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교양이 없다고들 말하는데, 간략하게 나오는 유럽사를 읽으며 제가 이렇게나 교양이 없는 아이인줄 몰랐다. 더군다나 작지만 강한 나라이자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으로 분명 봐야할 점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가령,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튤립. 너른 벌판위에 각양 각색의 튤립으로 인해 네덜란드에 농업이 발달했고 날씨가 좋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영국과 비슷한 날씨이다. 거의 일년 내내 비와 바람이 부는 북유럽이었던 것. 농업이 발달한 것은 맞지만, 이미 High tech과정으로 넘어가서 전 세계 구근/씨앗 산업을 미국과 함께 장악하고 있을 만큼 강한 나라이다.
하나하나 언급하면 책 내용 전체를 옮겨야 할 거 같다.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나라들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2. 우리나라와의 유사성. 미국으로부터의 원조, 친미.
남한 면적의 1/3밖에 안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일본만큼 클 줄 알았던 네덜란드가 실은 끝에서 끝까지 기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을만큼 작다. 하지만, 필립스, 로얄 더치 셀 등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냈다.
여기까지만 봐도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성장 뒤의 역사를 보면 더 비슷하다.
냉전시대, 중국에 대비하여 아시아의 경계선이 되었던 덕분에 미국의 지원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우리나라. 러시아와 동유럽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미국이 전후 무너진 유럽세계에 지원을 보낸 Mitchell plan으로 다시 살아난 네덜란드.(많은 서유럽 국가들이 지원을 받았지만, 1인당 지원 규모를 보면 네덜란드가 1위라 한다.)
여기서 깜짝 놀랐다. 네덜란드가 "친미"성향으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니!
저녁 TV에 나오는 프로그램들, 음악, 옷 모든 것들이 미국산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친구들에게 영어를 왜이렇게 잘 하냐고 물어보면, 웃으며 어렷을 때 부터 텔레비젼에 나오는 만화가 영어라 그런다고 말한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어째서 미국 지원아래 경제성장을 이루고 미국 문화에 젖어 있는 네덜란드인데도 불구하고, 그 생활과 사회는 아직도 네덜란드 방식일까?
우리가 부러워하는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이룩한 곳도 네덜란드이고, 지금도 저녁 6시만 되면 칼퇴근에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아버리고, 가족과 함께 저녁/주말을 보내느 게 너무나도 당연한 네덜란드.
같은 시대, 미국의 지원을 받고 경제성장을 이루고, 미국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가 우리의 생각까지도 미국식으로 바뀌어 버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식민지 지배국가와 피지배국가의 차이이려나?
일제 지배 시절, 우리나라의 문화와 사상을 잃어버리고 독립 후 들어온 미국에 모든것을 맡겨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순히 경제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네덜란드라는 반례가 생겨버렸으니.
3.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
사실, 지금 이 블로깅을 하는 목적은 저자가 던진 질문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p. 61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맞추어서 군대 역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궂대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네덜란드의 사례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살펴볼 요소들이 많다.
1. 네덜란드 본국과 NATO 동맹국의 영토 보존.
2. 위기 예방 및 관리.
두 번째 것은 평화유지군 활동을 말한다. 이제는 군인이 단지 자국 영토를 지키는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국가의 여러 정책을 수행하는 기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장교의 재교육이다. 이제 군인은 '단순무식의 싸움군'이어서는 안 되고 외교관의 역할까지 해야 하며, 전문가의 식견이 있어야 한다.
p. 74 The Royal Dutch Shell Group 이 그룹의 석유 채굴 지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 중의 하나가 나이지리아의 오고니 지역이다. 그런데 셸이 이 지역에 석유 시추공을 뚫은 이래 환경 재앙이 들이닥쳤고, 주민들은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으며, 건강상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나이지리아 독재 정부는 다국적기업에게 자금을 받는 것만 생각하고는 현지민의 피해에 눈을 감고 더 나아가서 주민들의 항의를 무참하게 탄압하였다. --- 일부 네덜란드 회사들이 자국 내에서는 인간적인 기업 풍토를 조성하면서, 제 3세계에 대해서는 냉혹한 인권탄압과 환경파괴를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p. 78 복지국가체제의 문제는 동시에 서로간 믿음의 문제이기도하다. 내가 일해서 번 것 중의 일부를 사회와 국가에 내면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쓰인다는 대원칙을 모두 받아들일 때 이 체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90년대에 복지 혜택의 부정에 대한 대대적인 적발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능력껏 내는 것을 모아서 필요한 만큼 주는 것이 원칙적이어야 하는데, 우리가 낸 돈을 누군가 빼돌릴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사게 되면 일이 안되는 것이다.
p. 82 이 나라 사람들은 지배자나 직장 상사 등과 우호적이며 그들을 믿는 성향이 강하다. 피고용자들은 회사 간부들이 기본적으로는 선의를 가진 것으로 간주하며, 더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 사업가들을 존경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나라의 기본 철학이기 때문에 노동문제가 격하게 흐르지 않는다. 여기에 이 나라의 강점이 있지만, 과연 이것이 긍정적이기만 할까 하는 의문은 계속 남는다. 싸울 필요가 있을 때에는 싸워야 하는 법인데, 그보다는 우선 합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정말로 본직적인 문제에서 잘못을 저지르는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질문>>
피한다? 나는 오히려 "합의"를 이끌어내는 토의를 통해 서로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힘 있는 세력에게 치우치게 결론이 나고는 하는데, 이 나라는 끈질기게 토론을 해서 합의를 이끌어 낸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 서로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이끌어 낸다고 믿었는데. 이게 본질을 피하는 것일까?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진 이 과정에 대해서 성급한 결정이라든지 심사숙고가 부족하다는 식의 비판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어려운 합의에 이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 것이다."
113페이지에 나온 안락사 문제가 아마도 저자가 우려한 네덜란드식의 합의 과정이 불충분할 수 있다는 예이다. "유연하고 관대한 대응이라는 것이 대체로는 사회를 매끄럽게 돌아가게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사항, 진짜로 문제 제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회피하는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안락사 허용에 일면 진보적인 측면이 있지만 생명 윤리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납득할 만큼 해결되지 않은 채 있는 것이다."
서로 이야기를 안하고 "적당히" 물러선다면 분명 문제를 피하는 것이지만, 문제를 마주하고 오랜시간 토의를 나눈다면 그것은 "합의"가 아닐까?
p. 123 섹스는 인간이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이며 이것을 박탈당할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국가가 복지정책 차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를 몸소 실전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주목할 사람들은 중증장애인들의 성생활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잘못하면 평생 섹스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몸바쳐' 헌신하는 이 사람들의 행위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어째 이상해 보이기도 하다. 이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4. 재밌는 사실들
p. 54 네덜란드의 역사 진행의 결과, 국왕은 이 나라에서 자유 '수호'의 상징이 되었다.
p. 60 정치가가 말 잘하는 것이 오히려 흠이 된다는 것이 정말 독특한 문화이다. 그 대신 필요한 자질은 협상력이다. 자유당 의원인 볼켄스테인이 말하듯 정치가 지루할수록 국민은 행복한 것이다.
p.71 서비스 분야 종사 인구가 전체 경제 인구의 75%로서 명백히 탈산업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동시에 농업과 상공업 분야가 골고루 발전해 있어서 균형이 잡혀 있다. --- 이 나라는 농산물 수출액에서 미국, 프랑스 다음의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네덜란드에서는 농업이 대단히 발달해 있지만 정작 농업 인구는 인구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농업의 생산성을 살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p. 75 이 나라 경제 운용의 특징 중 하나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최정상의 뒤를 바짝 뒤쫓아가면서 큰 이윤을 얻는다는 것이다. --- 선두 일본의 뒤를 바짝 뒤쫓는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나쁠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는 세계 최고 덩치의 중국 경제가 급성장할 경우 그 파급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 아닐까? 작고 행복한 부국이 되는 길은 그런 길이다.
p. 90 지주화. - 전반적으로는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주 집단들을 넘어서 이 틀 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운영의 차원에서는 최대한 합의를 추구한다. (1960년대 이전 네덜란드 사회의 면모)
p. 91 네덜란드식 해결 방식은 법과 규제를 마련하되 그것을 대단히 느슨하게 해석해서 실질적으로 많은 자유를 누리도록 하고, 심하게 위반하는 경우에만 제재를 한다는 것이다.
5. 제 1부를 마치며 - 작는 행복의 나라
라고 저자는 제 1부를 정리했다. 제 2부는 역사, 물론 간략한 유럽사이다. 지식이 짧은 덕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포스팅에 적어둔 재미있는 사실들 그리고 저자가 던진 질문들에 대해서 답하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싶다. 과연, 할 수 있을지? 다음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페인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 어렷을 적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가 내 지식의 전부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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